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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형인간 본성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일까, 아니면 악한 존재일까?
이 질문은 수천 년 동안 철학과 심리학에서 반복되어온 인간 본성의 역설을 상징하는 대표적 질문입니다. 고대 동양에서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서양에서는 루소와 홉스, 그리고 쇼펜하우어까지 다양한 사상가들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맹자는 인간은 본래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선한 본성을 지녔다고 보았고, 루소는 "문명이 인간을 타락시켰다"고 했습니다. 반면, 순자와 홉스는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며, 사회적 질서와 교육이 있어야만 선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고전적 논쟁은 단순한 흑백 논리의 충돌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복잡성과 다면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오늘날 심리학은 이 질문에 대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심리학이 말하는 인간 본성의 유동성
현대 심리학은 인간 본성을 선하거나 악하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존재로 이해합니다. 이른바 '본성의 유동성'입니다.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자기를 위한 인간』에서 인간을 "이분법적 실존의 긴장 속에 놓인 존재"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살아 있으면서 죽음을 인지하고, 자유를 추구하면서 외로움을 느끼고, 독립을 원하면서 소속을 갈망하는 상반된 본능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끊임없이 이 내적 모순을 해소하려는 긴장 속에서 자신의 인격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죠. 프롬에 따르면 인간 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하며, 환경과 사회 구조, 내면의 성장에 따라 새롭게 구성됩니다.
실존의 이분법과 인간의 내면
프롬이 말하는 이분법적 실존은 우리의 삶 전반에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늘 “혼자이고 싶다”는 욕구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 사이를 오갑니다. 이 모순은 우리에게 불안을 안겨주는 동시에, 성장과 변화의 동력이 됩니다.또한,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알지만, 죽음을 의식하기에 오히려 더욱 충만한 삶을 살아가려는 욕망을 품습니다. 이런 실존적 이중성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예술, 철학, 사랑, 창조성이라는 고등 정신 활동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분법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프롬은 해답으로 생산적인 사랑과 이성을 제시합니다.
생산적 사랑과 이성의 역할
프롬이 강조하는 ‘생산적인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성장을 위한 배려, 책임감 있는 행동을 포함하는 능동적인 정서적 태도입니다.마찬가지로 ‘생산적인 이성’은 비판적 사고나 지식을 넘어, 대상과의 본질적 관계를 파악하는 지적 활동입니다. 이러한 사랑과 이성은 인간 본성 속 모순을 통합하고,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 속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기여합니다.
프롬은 이를 통해 인간은 선하거나 악한 존재라기보다, 변화 가능하고 성장 지향적인 존재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립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 본성의 역설이자 가능성입니다.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넛지’의 심리학
또 다른 심리학적 관점은 행동경제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넛지(Nudge)’ 이론은 사람들이 환경이나 제도의 설계에 따라 어떻게 행동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예를 들어, 급식대에서 과일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면 채소 섭취가 늘어나고, 자동차 보험의 기본 옵션을 ‘안전 운전자’로 설정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운전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의식적 선택, 환경에 대한 반응, 습관화된 행동이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넛지 이론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유효한 틀로 작용합니다.
선한 의도 vs 실제 결과의 간극
많은 경우, 우리는 ‘좋은 의도’만 있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심리학은 상황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반복해서 입증해 왔습니다.‘스탠포드 감옥 실험’, ‘밀그램의 복종 실험’ 등은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 놓이면 잔인하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인간 본성에 대해 논할 때, 개인의 성향뿐 아니라 시스템, 환경,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성장 마인드셋과 인간의 잠재력
스탠퍼드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성격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노력과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이러한 ‘성장 마인드셋’은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즉, 인간은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든 진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죠.이러한 관점은 개인을 넘어 조직, 사회, 교육 시스템의 설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가’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을 돕는 환경과 시스템도 함께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인간 본성, 이해를 넘어 실천으로
결국 인간 본성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심리학은 인간의 모순과 역설을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입니다.
성선과 성악의 이분법을 넘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인간성을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야말로,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반응형'끊임없는 성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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